가을은 많은 종목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입니다. 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고, 테니스 같은 투어 종목도 긴 시즌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최근 해외에서는 시즌 막바지에 번아웃과 우울을 털어놓거나, 몸과 마음을 돌보려고 시즌을 일찍 접은 선수들의 이야기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시즌 끝 무렵에 지치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그냥 피곤한 것과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상태는 구분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둘을 어떻게 나눠 볼지, 그리고 시즌을 마친 뒤 회복 기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정리합니다.
피로, 과훈련, 번아웃은 어떻게 다를까
훈련으로 잠깐 성적이 떨어졌다가 며칠에서 2주 정도 쉬면 회복되고 오히려 더 좋아지는 상태가 있습니다. 이를 기능적 과부하라고 부르며, 훈련 과정에서 흔히 생기는 일입니다.
회복에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면 비기능적 과부하로 봅니다. 그보다 더 오래 성적 저하와 피로가 이어지는 상태가 과훈련 증후군입니다. 유럽스포츠과학회(ECSS)와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의 공동 합의문에 따르면 과훈련 증후군은 하나의 검사로 진단되지 않습니다. 빈혈, 갑상선 질환, 감염, 우울증처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또 이 합의문은 수면 문제와 기분 변화가 흔히 함께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번아웃은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고, 해도 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고, 예전처럼 운동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몸이 피곤한 게 아니라 운동과의 관계가 흔들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쉬어도 풀리지 않을 때 살펴볼 신호
다음 중 여러 가지가 2주 넘게 이어진다면 그냥 넘기지 마세요.
- 충분히 쉬었는데도 성적이나 기록이 계속 떨어진다
-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고,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다
- 짜증이 늘고, 사소한 실수에 감정이 크게 흔들린다
- 운동하러 가는 게 두렵거나, 운동에 대한 흥미가 거의 없어졌다
- 식욕이 변하거나 자주 아프다
- 경기 결과가 곧 나의 가치라고 느끼고, 지면 스스로를 심하게 탓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신건강 합의문은 엘리트 선수도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일반인과 비슷하거나 더 많이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부상, 성적 부진, 은퇴 같은 전환기에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도 설명합니다.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피로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전문가 상담을 고려하세요. 스스로를 해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바로 주변 사람이나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시즌 뒤 회복 기간, 이렇게 보내 보세요
회복에 관한 국제 합의문은 회복을 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마음, 생활 전체가 함께 걸린 과정으로 봅니다. 또 선수가 자기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선수라면
- 시즌이 끝난 직후 1~2주는 강도 높은 훈련을 내려놓고 가벼운 활동 위주로 보내세요.
- 먼저 잠부터 챙기세요.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 피로도, 수면, 기분을 하루 한 줄씩 1~10점으로 적어 보세요. 몇 주만 적어도 흐름이 보입니다.
- 운동 말고 나를 설명해 주는 것(친구, 공부, 취미)에 시간을 써 보세요.
지도자라면
- 시즌을 돌아볼 때 결과뿐 아니라 선수의 피로와 기분도 함께 물어보세요.
- 다음 시즌 계획을 세울 때 휴식 기간을 일정표에 미리 넣어 두세요.
- "지쳤다"는 말을 의지가 약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보호자라면
- 성적보다 "요즘 잠은 잘 자니?", "운동은 아직 재미있니?"를 먼저 물어보세요.
- 쉬는 기간에 다른 학원이나 대회로 일정을 다시 채우지 않도록 해 주세요.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잘 쉬는 것도 훈련의 일부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참고 자료
- Meeusen R, et al. (2013). Prevention, diagnosis, and treatment of the overtraining syndrome: joint consensus statement of the ECSS and the ACSM.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https://pubmed.ncbi.nlm.nih.gov/23247672/
- Reardon CL, et al. (2019). Mental health in elite athletes: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consensus statement (2019).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https://pubmed.ncbi.nlm.nih.gov/31097450/
- Kellmann M, et al. (2018). Recovery and performance in sport: consensus statement.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 https://pubmed.ncbi.nlm.nih.gov/29345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