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서 선수가 무너졌을 때, 팀이 미리 정해 둘 것들

부상에는 응급 대응 절차가 있지만, 마음의 위기에는 준비가 없는 팀이 많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학생선수 합의문이 권고하는 '정신건강 응급 대응 계획'의 핵심과 지도자·보호자가 지금 해 둘 수 있는 일을 정리했습니다.

경기 중 선수가 쓰러지면 누가 뛰어가고, 누가 119에 전화하고, 제세동기가 어디 있는지 대부분의 팀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수가 라커룸에서 숨을 못 쉴 만큼 공황에 빠지거나, 경기 뒤 "다 끝내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 둔 팀은 많지 않습니다.

최근 해외에서는 경기 당일에도 정신건강 대응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올해 8월 발표한 엘리트 선수 정신건강 합의문에서, 모든 엘리트 스포츠 현장이 정신건강 응급 대응 계획을 세우고 연습하며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미국 운동 트레이너 협회 등이 함께 만든 학생선수 합의문도 학교마다 이런 계획을 미리 마련해 두라고 권합니다.

마음의 위기도 '응급'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 문제는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지만, 바로 대응해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입니다.

  • 죽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짐이 되는 것 같다는 말을 하거나 방법을 찾는 모습이 보일 때
  •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생각을 내비칠 때
  •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술이나 약물로 버티려 할 때
  • 심한 공황 발작처럼 몸의 응급 상황과 구분이 어려울 때

부진한 경기, 큰 부상, 출전 기회 감소, 지도자나 동료와의 갈등, 온라인 비난 직후는 감정이 크게 흔들리는 시기라 이런 일이 생기기 쉽습니다. IOC가 큰 대회 직후처럼 중요한 사건 뒤에 선수 상태를 다시 살피라고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응급 대응 계획에 들어가는 것

두 합의문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핵심은 '역할'과 '연결 경로'를 미리 정하는 것입니다. 팀 규모와 상관없이 다음 다섯 가지는 종이 한 장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담당자: 위기 상황에서 선수 곁을 지킬 사람, 연락을 맡을 사람을 정합니다. 팀 의료진이 없다면 지도자 중 한 명이라도 정해 둡니다.
  2. 위급도 구분: 지금 바로 대응할 일인지, 며칠 안에 전문가와 연결하면 되는 일인지 나누는 기준을 적어 둡니다. 판단이 어려우면 안전한 쪽을 택합니다.
  3. 연락처: 생명이 위험해 보이면 119, 자살 위기 상담은 109, 그 밖에 팀이 연계할 수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 연락처를 적어 둡니다.
  4. 안전한 공간: 주변 시선과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히 진정할 수 있는 곳을 경기장마다 미리 확인합니다.
  5. 이후 연결과 확인: 위기가 지나간 뒤 누가 보호자에게 알리고, 어떤 전문가와 연결하고, 며칠 뒤 누가 다시 안부를 물을지 정합니다.

계획은 만들어만 두면 소용이 없습니다. 지도자와 스태프 모두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나눠 주고, 해마다 다시 점검하세요. 시즌 전 부상 응급 훈련을 할 때 정신건강 상황 하나를 함께 넣어 연습해 보는 것도 좋은 시작입니다.

지도자와 보호자가 기억할 몇 가지

위기의 순간에 상대를 고칠 필요는 없습니다. 곁에 있어 주고, 안전을 확인하고, 전문가에게 연결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 혼자 두지 않기: 위험한 말을 들었다면 선수를 혼자 남기지 말고, 주변의 약이나 술, 날카로운 물건을 치워 주세요.
  • 열린 질문으로 시작하기: "요즘 어떻게 지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래?"처럼 선수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안부를 먼저 물어 주세요.
  • 직접 묻기: 걱정된다면 "혹시 죽고 싶은 생각이 드니?"라고 분명하게 물어보세요.
  • 훈계와 해결책은 나중에: "그 정도로 왜 그래" 같은 말로 감정을 작게 만들거나, 섣불리 해결책을 내놓지 마세요. 들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 비밀 보장의 한계 알리기: 선수를 지키기 위해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가 있다고 대화 초반에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선발에서 빠질까 봐, 약해 보일까 봐 도움 요청을 미루는 선수가 많습니다. IOC도 낙인과 비밀 보장에 대한 걱정, 탈락에 대한 두려움을 도움 요청을 막는 주요 장벽으로 꼽습니다. 평소에 "힘들면 말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신호를 꾸준히 주는 것도 대응 계획의 일부입니다.

위기가 지나간 뒤에도 잠을 못 자거나, 의욕이 계속 떨어지거나, 비슷한 생각이 다시 든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임상심리 전문가와의 상담을 고려하세요.

참고 자료

  • Reardon CL, Gouttebarge V, Kroshus-Havril E, et al. (2026). Mental health in elite athletes: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consensus statement (2026).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https://doi.org/10.1136/bjsports-2025-11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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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al TL, Diamond AB, Goldman S, et al. (2015). Interassociation recommendations for developing a plan to recognize and refer student-athletes with psychological concerns at the secondary school level: a consensus statement. Journal of Athletic Training, 50(3), 231–249. https://doi.org/10.4085/1062-6050-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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